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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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11


            적하지 않을 자가 없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거든 상대적인 개념을

            끊어 어떠한 테두리도 매어 두지 못하게만 하면 될 것이다.그렇
            게 되면 부처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며,가깝지도 멀지도 않다.높
            낮이도 없고 평등도 없으며 가고 옴도 없다.

               문자에 집착하지만 않으면 그것을 막는 양쪽 극단이 그대를
            붙들지 못하여 번갈아 나타나는 고락과 엇갈리는 명암에서 벗어

            나게 될 것이다.진실된 실제 이치가 진실이 아니기도 하며 허망
            도 허망이 아니기도 하니,다듬을 수 없는 허공처럼 테두리를 갖
            는 물건이 아니다.마음에 조금이라도 알음알이를 낼 틈을 준다

            면 테두리에 매이게 된다.또한 괘(卦)의 조짐이 금․목․수․
            화․토에 관할되듯 아교풀이 다섯 군데를 함께 붙여 버리듯 마왕

            이 자유롭게 자기 집으로 붙잡아 갈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두 처음선․중간선․마지막선 세 구절로
            연결되어 있다.처음에는 그에게 좋은 마음을 내도록 하는 것이

            며,중간엔 좋다는 마음마저 타파해야 하며 그런 뒤에야 비로소
            마지막선이라 하는 것이다.예컨대 “보살은 보살이 아니니,그래
            서 보살이라 한다”,“법은 법이 아니며,법 아님도 아니다”라 하

            니,같은 말이다.여기서 한 구절만을 설명하면 중생들을 지옥에
            빠뜨리는 일이며,세 구절을 한꺼번에 설명하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니,그것은 부처님과는 상관없는 일이 된다.
               지금의 ‘비추어 깨달음’이 자기 부처라는 것까지 설명하면 처
            음선[初善]이며,지금의 ‘비추어 깨달음’에 붙들고 머무르지 않는

            다면 중간선[中善]이며,붙들고 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마저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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