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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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마조록․백장록


               경전을 읽어 알고자[知解]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인정하지 않
            는 것은 아니나 3승교를 이해하여 영락의 장엄구를 훌륭히 얻고

            32상의 굴택을 얻는 것으로 부처를 찾는다면 찾을 수 없을 것이
            다.
               경에서 말하기를,“소승의 3장학(三藏學)을 탐착하는 자와는

            가까이하지도 말라”하였는데,하물며 스스로 그러는 경우야 어
            떠하겠는가.그는 파계한 비구이며 이름뿐인 아라한[名字羅漢]으

            로서, 열반경 에서는 16악율의(十六惡律義)에 넣고 있다.그것은
            이익을 위해 물고기를 낚고 사냥하며 고의로 살생하는 것과 똑같
            은 짓이다.대승방등(大乘方等)은 감로수 같기도 하고 독약 같기

            도 하니,없애 버릴 수 있다면 감로 같고,없애 버리지 못하면 독
            약과 같다.

               경전을 읽으면서 저 생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그 의미를 꿰뚫지 못할 것이니,아예 읽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한편으로는 경전도 읽고 선지식도 참례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스

            스로 안목을 갖춰 그 생사라는 말을 분별해야 할 것이다.명백하
            게 분별해 내지 못한다면 결국 꿰뚫지 못할 것이어서 비구라는
            속박만 가중될 뿐이다.

               그러므로 교학에서 현묘한 종지를 배운 사람은 문자를 읽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마치 ‘자체[體]는 설명하여도 모습[相]은

            설명하지 않으며,의미는 설명해도 문자는 설명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도 같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진실한 말’이라 하며,문자만을 설명하

            는 것을 ‘비방’이라 하거나 ‘삿된 말’이라 한다.보살의 설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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