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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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마조록․백장록
“‘유정(有情)은 불성이 없고 무정(無情)은 불성이 있다’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부터 부처에 이르는 것은 성인이라는 생각에 집착하
는 것이며,사람에서 지옥에 이르는 것은 범부라는 생각에 집착
하는 것이다.범부와 성인 두 경계에 물들고 애착하는 마음이 있
으면 이를 ‘유정은 불성이 없다’라고 하며,범부와 성인 두 경계
와 유․무 모든 법에 갖고 버리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갖고 버림
이 없다는 생각마저도 없으면 ‘무정은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
다.망정의 얽매임이 없기 때문에 무정(無情)이라 이름하는 것이
지 목석이나 허공․노란 국화꽃․푸른 대나무 등 감정이 없는
것을 가지고 불성이 있다 하는 것과는 다르다.이들에게 불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 중에 수기를 받고 성불했다는 자를 경전에서
볼 수 없는 까닭이 무엇인가?지금 비추어 깨달음[鑑覺]은 유정의
변화를 받지 않는 점이 푸른 대나무와도 같으며,모든 근기에 다
응하고 모든 상황을 다 아는 것이 노란 국화꽃과도 같다는 것이
다.”
다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단계를 밟아 보았다면 무정에 불성이 있다 하겠지
만 부처님의 단계를 밟아 보지 못했다면 유정에게 불성이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