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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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23


               5.

               한 스님이 물었다.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법화경 화성유품에 나오는 부처님)은
            10겁(十劫)을 도량에 앉아 있었는데도 불법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

            아서 불도를 이루지 못하였다 합니다.어째서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겁(劫)이란 ‘막힘’또는 ‘머무름’이라고도 하니 하나의 착함에
            머무르면 열 가지 착함에 막히게 됨을 말한다.인도에서는 부처
            [佛]라 하고,이 땅에서는 그것을 깨달음[覺]이라 하는데,자기의

            비추어 깨달음[鑑覺]이 착함에 막히고 집착되므로 선근인(善根人)
            에게는 불성이 없다.그러므로 ‘불법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아 불

            도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 것이다.
               악에 부딪치는 대로 악에 머무르는 것을 ‘중생의 깨달음’이라
            하고,선에 부딪치는 대로 선에 머무르는 것을 ‘성문의 깨달음’이

            라 하며,선․악 양쪽에 머무르지 않고 머무르지 않음을 옳다고
            여기는 자를 ‘이승의 깨달음’또는 ‘벽지불의 깨달음’이라 한다.

            선․악 양쪽에 머무르지 않고 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도 내지 않
            음을 ‘보살의 깨달음’이라 한다.이미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머
            무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내지 않아야만 비로소 ‘부처의 깨달음’

            이라 하니,마치 ‘부처가 부처에 머무르지 않아야 진실한 복전(福
            田)이라 이름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천에 하나 만에 하
            나라도 홀연히 이를 체득한 자가 있다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라 하니,어디서나 스승이 되어 부처가 없는 곳에서는 부처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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