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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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27


            것이다.”



               12.
               또 물었다.

               “지금 사문들은 다들 말하기를,‘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
            하여 경․논․율․선(禪)과 지식[知解]을 낱낱이 배우므로 신도들

            에게 네 가지로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들 하는데 정말 받을 만합
            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유․무 모든 법에 있어 소리․색․냄새․맛 등을 관조하고
            활용하는[照用]경우,낱낱의 경계에 티끌만큼의 집착이나 물듦도

            없고,집착하거나 물들지 않음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머무르지 않
            는다는 생각마저도 없다면 이런 사람은 매일 만 냥의 황금도 받
            아먹을 수 있다.그러나 유․무 등 모든 법을 대할[照]때 6근의

            문에서 반연을 다 깎아내 털끌만큼도 탐욕과 애착을 다스려 버리
            지 못하고,나아가서는 시주에게 쌀 한 톨 실낱 하나라도 구걸한

            다면 축생이 되어 무거운 짐을 지고 보습을 끌면서 하나하나 갚
            아 주어야 할 것이다.그것은 부처님을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집착이 없는 사람이며 구함이 없는 사람이며 의지함이

            없는 사람이니,지금 분주하게 부처가 되고자 탐착한다면 모두가
            등지는 짓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오랫동안 부처를 가까이하면서도 불성을
            모른 채 세상을 구제하는 자를 구경만 할 뿐,6취(六趣)에 윤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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