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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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마조록․백장록


            생각이 다하여 5욕(五欲)과 8풍(八風)을 대하더라도 보고 듣고 느
            끼고 아는 그러한 속박을 받지 않으며,모든 경계에 혹하지 않게

            되면 자연히 신통과 묘용[神通妙用]을 갖출 것이니 이는 해탈한
            사람이다.온갖 경계를 대할 때 마음에 조용함도 어지러움도 없
            고 거둘 것도 흩어 버릴 것도 없어서 온갖 빛과 소리를 만나더라

            도 걸림이 없으면 이런 이를 도인(道人)이라 한다.온갖 선악(善
            惡)과 더럽고 깨끗함,유위(有爲)세계의 복과 지혜에 얽매이지만

            않으면 그것을 부처의 지혜라 한다.시비나 미추,옳은 이치나 그
            른 이치 등 모든 소견을 다 없애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어딜 가
            나 자유로우면 그것을 처음 발심한 보살이 당장에 부처 지위에

            올랐다고 한다.
               모든 법은 스스로가 공이라고 말하지도 않고 스스로가 색이라

            하지도 않으며 옳고 그름,더럽고 깨끗함도 말하지 않는다.사람
            을 속박할 생각이 없는데,사람들 스스로 함부로 헤아리고 집착
            하여 갖가지 견해를 짓고 갖가지 소견을 일으킨다.그런데 더럽

            다 깨끗하다 하는 마음이 다하여 얽매임에도 머무르지 않고 해탈
            에도 머무르지 않아서 온갖 유위 무위의 견해가 없이 평등한 마
            음씨로 생사에 처한다면 그 마음은 자유로울 것이다.마침내는

            헛된 번뇌와 5온,18계,생사와 모든 감관과 어우르지 않고 훤출
            히 뛰어나 의지한 곳이 없을 것이다.어디에도 구애되지 않아서

            가고 옴에 자유로우니,생사의 길에 왕래하되 마치 문을 여닫는
            듯할 것이다.
               만일 갖가지 괴로움과 즐거움이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만

            나더라도 물러서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명예나 의식(衣食)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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