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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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마조록․백장록


            면 앞의 것을 보십니까?뒤의 것을 보십니까?”
               이에 스님께서 말했다.

               “견을 볼 때에 견은 견이 아니니라.견은 견까지도 여읜 것이
            어서 견으로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18.

               스님께서 또 이렇게 법어를 내렸다.
               “옛사람이 한 손을 들거나 한 손가락을 세우고서도 그것을 선
            이다 도다 하였는데 이 말이 끝없이 무수한 사람을 속박하는구

            나.설사 아무 말 않더라도 역시 입으로 짓는 허물이 있다.”
               부(怤)상좌가 이 일을 들려주며 취암(翠岩)스님에게 물었다.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것이 입으로 짓는 허물이 됩니
            까?”
               “ 그저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상좌가 이틀을 말없이 지냈는데 취암스님이 부상좌에게 물
            었다.

               “엊그제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대 뜻에 맞지 않는 모양인데,자
            비를 버리지 마시고 자세히 말씀해 주시오.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것이 입으로 짓는 허물이 됩니까?”

               부상좌가 손을 번쩍 드니,취암스님이 다섯 활개를 땅에 던져
            절하고 소리내어 통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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