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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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마조록․백장록


               “대중들이 다 일을 했습니다.”
               “ 도용(道用)만 번거롭게 하였군.”

               “ 어찌 감히 일을 그만두겠습니까?”
               “ 얼마나 개간하였는가?”
               황벽스님이 밭을 매는 시늉을 하는데 스님께서 별안간 할(喝)

            하고 고함을 치자 황벽스님이 귀를 막고 나가 버렸다.



               9.
               스님께서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 산아래서 버섯을 따옵니다.”

               “ 산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있다는데 너도 보았느냐?”
               황벽스님이 호랑이 소리를 내자 스님께서는 허리춤에서 도끼
            를 집어들고 찍을 기세였다.황벽스님은 스님을 잡아 세우면서

            얼른 따귀를 후려쳤다.
               스님께서는 느지막하게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대중들아,산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있으니 그대들은 드나들
            면서 잘 살펴 다녀라.노승도 오늘 아침 한 입 물렸다.”
               그 뒤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의 호랑이 이야기를 어떻게 보는가?”
               “ 스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그때 백장스님이 도끼 한 방에 찍어 죽였어야 했는데 무엇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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