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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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마조록․백장록
대중들은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스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산
뒤 바위 아래로 가서 죽은 여우 한 마리를 지팡이로 휘저어 꺼내
더니 법도대로 화장하였다.
만참(晩參)법문 때 스님께서 앞의 인연을 거론했더니,황벽스
님이 대뜸 물었다.
“옛사람은 깨닫게 해주는 한마디[一轉語]를 잘못 대꾸하였기
때문에 여우 몸에 떨어져 있었습니다.오늘 한마디 한마디 어긋
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 가까이 오게.그대에게 말해 주겠네.”
황벽스님이 앞으로 다가가 스님의 따귀를 한 대 치자 스님께
서는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오랑캐의 수염이 붉다 하려 하였더니 여기도 붉은 수염 난
오랑캐가 있었구나.”
그때 위산스님은 회상에서 전좌(典座:대중의 臥具나 음식 등
살림을 맡음)일을 보았는데 사마두타(司馬頭陀)가 여우 이야기[野
狐話]를 들어 질문하였다.
“전좌는 어떻게 하겠소?”
전좌가 손으로 문짝을 세 번 흔들자 사마가 말하였다.
“꽤나 엉성한 사람이군.”
전좌가 말하였다.
“불법은 이런 도리가 아니라네.”
그 뒤에 위산스님은 황벽스님이 물었던 여우 이야기를 들어
앙산스님에게 물었더니,앙산스님이 대답하였다.
“황벽스님은 항상 이 솜씨[機]를 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