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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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87


               “그렇지 않습니다.”
               “ 그대는 그러면 어떻게 보는가?”

               “ 호랑이 머리에 탔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 꼬리도 붙들 줄 알
            았습니다.”
               “ 혜적(慧寂:앙산)이야말로 몹시 험준한 말을 가졌도다.”



               10.

               스님께서 상당할 때마다 늘 한 노인이 항상 법을 듣고 대중과
            함께 흩어져 가다가 하루는 가지 않으므로 스님께서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은 무엇 하는 사람인가?”
               노인은 말하였다.

               “저는 과거 가섭불(迦葉佛)때 이 산에 살았습니다.그때 한 학
            인이 묻기를,‘수행을 많이 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하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여 여우 몸을 받았습니다.

            지금 스님께서 대신 이 몸을 바꿀 만한 한마디를 해주십시오.”
               “ 그럼 질문해 보게.”

               “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 인과에 어둡지 않다[不昧].”
               노인은 말끝에 크게 깨닫고 스님께 하직을 고하면서 말하였다.

               “제가 이제는 여우 몸을 벗고 산 뒤에 있을 것입니다.죽은 중
            장사 치르는 법도대로 화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는 유나(維那)에게 종[白槌]을 쳐서 대중에게 점심 뒤
            에 대중운력으로 죽은 스님을 장사지내겠다고 알리게 하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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