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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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임제록․법안록


               “듣자 하니,조주스님께서는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라
            는 말씀을 하셨다던데,그렇소?”

               “ 그런 일 없습니다.”
               “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무엇이 달마대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묻자,‘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했다던데,스님은 어째서 그런 일 없다고
            하시오?”

               “ 조주스님께서는 실로 그런 말씀 하신 적이 없습니다.스님
            께서는 조주스님을 비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산 고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을 했다고 한다면 혜각스님의 무쇠입에 어긋날 것이
               며,그런 말씀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법안스님의 말과 틀린
               다.그렇다고 양쪽 다 아니라 한다면 조주스님과 관계 없으리라.
               한편 모두 다 아니고 투철히 벗어나는 다른 길이 있다 해도 쏜살
               같이 지옥으로 들어가리라.”

                 고산 규(鼓山珪)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쇠입[覺鐵嘴]혜각스님이라더니 헛소문은 아니나,다만 꿈에
               서도 조주스님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3.

               스님께서 오공(悟空)스님과 함께 향로 앞에서 향숟가락을 들
            면서 물었다.
               “이것을 향숟가락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사형께서는 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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