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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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록 195
어느 부분에 속하던가?”
“ 문장은 십지품(十地品)에 있으나,이치로 보면 세간․출세간
의 일체법에 모두 육상을 갖추었습니다.”
“ 공(空)에도 육상을 갖추었던가?”
도잠스님이 멍하니 대꾸가 없자,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질문하라.내가 대답하리라.”
그리하여 도잠스님이 물었다.
“공에도 육상을 갖추었습니까?”
“ 공(空)이라네.”
도잠스님이 이에 깨닫고 뛸 듯이 기뻐하며 절하고 감사드리
자,스님께서 “그대는 어떻게 이해하는가?”하고 물으니 “공입
니다”하자,스님은 그렇다고 긍정하였다.
뒷날 사부대중 남녀들이 절에 들어오자,스님은 도잠스님에
게 물었다.
“계율에서는 담장 너머로 비녀와 팔찌소리만 들어도 그것을
파계(破戒)라 하였는데,금은이 뒤섞이고 벼슬아치들이 가득 찬
것을 마주보면 이는 파계인가 아닌가?”
“ 도에 들어가는 좋은 길입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뒷날 오백의 벼슬아치를 거느리고 왕후의 존경을 받
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