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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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임제록․법안록
8.
항주(杭州)문수(文遂)스님은 지난날 수능엄경(首楞嚴經)을
연구하였다.스님을 뵙고는 자기가 해왔던 공부가 경전의 내용
과 일치한다고 이야기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능엄경에는 여덟 가지 환원하는 이치[八還]*가 있지 않던
12)
가?”
“ 그렇습니다.”
“ 밝음은 어디로 환원되는가?”
“ 밝음은 해로 환원됩니다.”
“ 해는 어디로 환원되는가?”
문수스님은 멍하니 대꾸가 없었다.
스님께서 그가 주해한 글을 불사르도록 훈계하니,그 일을
깊이 간직하고 법문을 청하여 비로소 알음알이를 떨어버리게 되
었다.
9.
활주(滑州)위남(衛南)현칙(玄則)스님이 처음 청봉(靑峯)스님
을 뵙고 “무엇이 학인 자신입니까?”하고 물으니,“병정(丙丁)동
자가 불을 찾는구나”하였다.
*8환(八還):능엄경에서는 현상계의 대표적인 것 8가지를 들어 그것들의 제1
원인을 추적하여 환원하는 이치를 설하고 있다.즉 밝음은 해에,어둠은 깜깜
한 밤에,뚫림은 문에,막힘은 담장에,연(緣:능엄경 본문에서는 法을 듣고
緣慮하는 마음을 말함)은 분별(分別)에,텅 빈 것은 허공에,뿌연 것은 티끌
에,맑은 것은 갬에 환원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