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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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록 201
스님은 이를 들려주며 말씀하셨다.
“나도 앉은자리에서 그대가 개간해 주기를 기다리겠다.무슨
도리라도 있느냐.무엇이 가깝고,무엇이 멀더냐.잘 재서 판단
해 보아라.”
5.
옛날에 한 큰스님이 동자 하나를 데리고 있었는데,법도라고
는 전혀 몰랐다.하루는 행각승 하나가 찾아와 동자에게 예의를
가르쳤다.느지막이 큰스님이 외출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가서 문안을 드리자,큰스님은 괴이하여 동자에게 물었다.
“누가 너에게 가르쳐 주더냐?”
“ 큰방 아무개 스님입니다.”
큰스님은 그 스님을 불러다 놓고 말하였다.
“그대는 남의 집에 행각하면서 이 무슨 망상이오.이 동자를
2,3년 데리고 있으면서 행여라도 제 스스로 가련한 놈이 될까
하였는데 누가 그대더러 동자를 망가뜨리라 하였소.속히 짐을
싸고 떠나시오.”
그리하여 비가 축축하게 내리는 저녁 무렵에 쫓겨나게 되었
다.
스님께서는 이를 들려주시고는 이렇게 따져 물었다[徵].
“옛사람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주신 가풍이 정말 이상하
구나.말해 보라.그 속셈이 무엇이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