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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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임제록․법안록
스님께서는 달리 말씀하셨다.
“관음을 알았군.”
15.
세존께서 태어나시자마자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
으로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사방을 둘러보
더니 “하늘땅을 통틀어 내가 가장 높구나”하셨는데,이에 대해
운문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때 보았더라면 한 방에 쳐죽여 개밥으로 주어,천하
의 태평을 도모했으리라.”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씀하셨다.
“운문의 기개가 대단하긴 하나 요컨대 불법 도리는 없구나.”
16.
장폐마왕(障蔽魔王)이 여러 권속들을 거느리고 천 년을 금강
제(金剛齊)보살이 나타나는 곳마다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그
러다가 하루는 보게 되어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 머물렀는가.나는 천 년을 그대가 나타나는
곳마다 따라다녔으나 보지 못하였다.”
그러자 보살이 말씀하셨다.
“나는 머무름 있는 곳에 머무르지도 않고 머무름 없는 곳에
머무르지도 않았으니 이렇게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