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P. 243

종문십규론 243


            글을 통해서 뜻을 주장하니 함부로 지어서야 되겠는가.
               제방의 종장들과 참학하는 뛰어난 사람들을 잠깐 살펴보았더

            니,게송 짓는 것을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글 짓는 것을 지
            말적인 일이라 여긴다.그리하여 감정 나는 대로 토해내어 야담
            과 비슷하게 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지어서 영락없이 속된 말이

            되어 버렸다.그런데도 자신들은 “거친 것에 구애되지 않고 더
            러움을 가리지 않는다”하면서 세속을 벗어난 자기들의 말이 으

            뜸가는 이치로 귀결된다고 표방하려 한다.
               식자들은 이것을 보고 비웃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대로 믿
            고 퍼뜨려 명분과 이치가 점점 없어지고 불교문중이 더욱 박복

            해진다.보지도 못했는가.화엄경의 만 수 게송과 조사의 천 편
            게송이 모두 문체가 아름답고 지극히 정제되어 잡다하지 않음

            을.어찌 실없는 농담이나 속된 글과 같았겠는가.후세에 와서는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서 글을 짓는 것을 실답다고 생각하나 그
            래도 옛 것을 살펴보아야 이치에 맞을 것이다.

               혹 천부적인 자질이 부족한 경우라도 소박함을 다행이라 여
            기면 되었지 꼭 뛰어난 자질에만 의지하고 훌륭한 사람만을 흠
            모할 필요가 있는가.치졸함을 내보여 격식을 어지럽히고 이것

            저것 잘못 짜 맞추어 누를 끼치는가.거짓에 혹하여 뒷날의 수
            치를 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247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