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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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임제록․법안록
7.말만을 기억하여 그때그때
오묘한 작용을 이해하지 못하다
생각건대 반야를 배우는 사람에겐 누구나 스승의 법이 있다.
스승의 법을 얻었다면 대용(大用)이 실현되어야 비로소 조금은
가깝다 하겠다.
오직 스승의 법문을 지키면서 설명해 놓은 말만을 기억한다
면 그것은 빼어나게 깨달은 것이 아니라 알음알이[見知]에 속하
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경계가 스승과 같으면 스승의 덕을 반으
로 줄이는 것이고,경계가 스승을 넘어서야만 스승의 가르침을
펼칠 만하다”라고 하였다.또한 육조(六祖)가 도명상좌(道明上座)
에게 말하기를,“내가 그대에게 해준 말은 모두가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니,비밀스러움은 그대 쪽에 있다”하였으며,암두(岩
頭)스님은 설봉(雪峯)스님에게 말하기를,“낱낱이 자기 마음에서
흘러나온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알겠다.말이나 방․할이 반드시 스승으로부터 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니,종횡으로 오묘한 작용을 어찌 남에게서 깨
닫기를 바라겠는가.
낮추어 보면 황금과 구슬도 그 빛을 잃고 높이 본다면 기와
부스러기조차도 빛을 더한다.행하려면 행하여 이치와 현상을
동시에 닦고 작용할 때 가서 작용하여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
아야 하니,이것은 장부의 일이지 아녀자의 일이 아니다.
말만 받아들이고 의미에 막혀 종풍에 대하여 입을 나불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