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1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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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십규론 241


            면서 오묘하게 이해했다 여기는 것을 절대로 하지 말라.하물며
            방편을 빌려서 깨치거나 헤아려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이런

            경우에 있어서랴.
               지혜는 드넓은 세계를 벗어났고,정신은 헤아릴 수 없는 경
            지에 계합하니 용상(龍象)의 발자국을 나귀가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8.경전에 통달하지 못하고서
                 마구 인용하여 증거를 대다



               생각건대 불법을 펼치려고 경전의 법문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우선 부처님의 의도를 밝혀야 하고 다음으로 조사의 마음에 계
            합해야 하니,그런 뒤에야 인용하여 펼 수 있으며,성근지 촘촘

            한지 비교하여 헤아릴 수 있다.혹 이치를 알지 못하고서 가풍
            만을 지키느라 경론을 마구 인용하여 증거를 든다면 스스로 비

            난을 자초할 것이다.
               그런데 수다라의 비장(祕藏)이란 모두 자취를 가리키는 것이
            며,원돈상승(圓頓上乘)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가령 백천 가지 삼매와 항하사만큼의 법문을 이해한다 해도
            자신을 더욱 수고롭게 할 뿐,그 일과 상관이 없다.하물며 나아

            가 방편[權敎]을 싸잡아 진리[實敎]로 귀결시키고,지말을 거두
            어 근원으로 돌아가게 함이겠는가.
               진실하고 청정한 법계 속에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는데,

            더구나 한 법도 버리지 않는 불사(佛事)를 짓는 측면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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