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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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임제록․법안록


            랴.사실대로 죄상을 판결하고 바탕에 입각하여 갈래를 푸는 정
            도를 면치 못한다면 우리 조사 문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경전에 능통한 사람과 옛 것에 박식한 진실된 부류가 많다.
            그들은 칼끝 같은 말재주를 과시하고 창고에 쌓인 곡식처럼 풍
            부한 학문에 치달린다.그러나 여기에 와서는 할 말이 없을 것

            이니 말로는 펴기 어려운 것이다.이제껏 기억해 왔던 말들이
            모조리 남의 돈을 센 격이니,이 문중에 다른 점이 있음을 비로

            소 믿어야만 교외별전(敎外別傳)인 것이다.
               후학들은 스스로를 매몰시켜 남에게 비웃음을 사지 말아야
            한다.이는 종풍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익히고 닦음을 빌리지

            않는다 하지 마라.그러면 작은 것을 얻고도 만족하게 된다.지
            말도 깨닫지 못했는데 근본을 어떻게 밝히겠는가.



               9.운율도 맞추지 않고 이치에도 통달하지
                 못했으면서 게송 짓기를 좋아하다


               생각건대 종문에서 게송을 짓는 격식은 단조,장조,혹은 요
            즈음 가락,옛 가락 등 여러 가지다.

               성색(聲色)을 빌려 작용을 나타내는데,현상을 통해서 본체를
            설명하기도 하고 이치에 입각해서 진제(眞諦)를 논하기도 하며

            현상을 거슬러 세속을 바로잡기도 한다.이렇게 취향에 차이가
            있긴 하나 감흥을 일으킴이 다른 데야 어찌하랴.그러나 모두
            다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드러내고 부처님의 삼매를 함께

            찬탄한 것이다.후학을 고무하고 선현(先賢)을 풍자하는 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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