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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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위앙록
“어디 갔다 오느냐?”
“ 밭에서 옵니다.”
“ 밭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던가?”
스님이 삽을 꽂고 차수를 하고 서 있으니 위산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오늘 남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띠풀을 베더라.”
그러자 스님은 삽을 뽑아 들고 가버렸다.
현사 사비(玄沙師備:835~908)스님은 말하였다.
“내가 보았다면 즉시 삽을 걷어차서 넘어뜨렸으리라.”
어떤 스님이 경청 도부(鏡淸道怤:864~937)스님에게 물었다.
“앙산이 삽을 꽂은 뜻이 무엇입니까?”
“ 사면을 내리는 천자의 칙명을 개가 물고 가니 제후가 길을
피한다.”
“ 그러면 현사스님이 ‘걷어차서 넘어뜨리겠다’라고 한 뜻은 무
엇인가요?”
“ 배[船]를 어찌할 수 없어 표주박을 부숴 버렸다.”
“ 그러면 또 ‘남산에서 띠풀을 벤다’한 뜻은 무엇인지요?”
“ 이정(李靖:571~649,唐初의 공신)이 세 형제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陳)을 쳤느니라.”
운거 청석(雲居淸錫)스님은 말하였다.
“말해 보아라.경청스님의 이러한 설명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은 말하였다.
“제방에선 모두 ‘삽을 꽂은 화두가 특별하다’고들 하지만,내
가 보기에는 매우 사악하다.내가 보기에는,앙산스님이 위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