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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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祖堂集 217


               “그대는 아직도 마음과 경계가 따로 있는 수준이다.신심을
            냈다 할 정도[信位]는 되겠지만 개성이 그대로 발휘되는 단계[人

            位]라고는 할 수 없다.”
               “ 그 경계말고 다른 뜻이 있습니까?”
               “ 따로 있다거나 따로 없다고 한다면 틀린다.”

               “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 그대는 일현(一玄)을 얻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옷을 풀어

            헤칠 만한 경계에 도달했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잘 살피라.듣지
            못했는가.육조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도는 마음을 통해 깨달
            아지는 것이다’하셨고,또 ‘마음을 깨달으라’,‘선과 악을 도무

            지 생각하지 않으면 자연히 마음바탕이 담연(湛然)하고 상적(常
            寂)한 경지에 들어가서 묘한 작용이 항하수 모래알만큼이나 될

            것이다’하셨다.정말 이렇게 되었다면 스스로가 잘 간직[保任]
            해야 하니,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염려하신다’하셨다.
            그러나 만일 번뇌가 남아 의식의 뿌리[意根]를 놓지 못하고 기

            억과 상상 등 알음알이를 몸에 머물러 둔다면 5음신에 끄달려
            뒷날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깊은 수렁에 빠진 코끼
            리 같아서 전혀 선을 보지 못할뿐더러 사자 새끼도 되지 못한

            다’고 했다.”



               37.

               해동(海東)의 정육(亭育)스님이 물었다.
               “선문[禪訣]에 나오는 명칭[名]과 분류[函]들,이를테면 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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