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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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위앙록
조사들을 보건대 하나의 묘한 기틀이나 혹은 하나의 경계와 지
혜를 대하면 곧 받아들여 제 이치를 얻고 미혹의 경지를 떠나
다시는 문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그러므로 전하는 말에
‘부처님들의 이론은 글과는 관계없다’하였으니,오직 이런 근기
는 만나기가 어렵다.그대들에게 말하겠는데,선(禪)을 배우는
학인은 드물다.어디에서인들 불법을 만나지 못하겠는가마는 오
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듣지 못했는가.옛 스님이 말하기를,
‘만일 선에 안정하여 조용히 생각지 않으면 이 경지에 이르러서
모두가 온통 망연(茫然)하다’하셨다.”
36.
사익스님이 다시 물었다.
“이 한 가지 격식[格]말고도 들어갈 곳이 있습니까?”
“ 있다.”
“ 무엇입니까?”
스님께서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어디 사람인가?”
“ 유연(幽燕)사람입니다.”
“ 그곳을 생각할 때가 있는가?”
“ 생각합니다.”
“ 그곳은 경계이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 마음이니,그대는 생
각하는 그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라.그곳이랄 것이 있는가?”
“ 그 경지에서는 그곳뿐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