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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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위앙록
“아무도 없구나!아무도 없어!”
그리고는 그냥 나가려고 했다.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이 착어하였다.
“간파해 버렸군.”
그러다 문 앞에 와서 속으로 생각하기를,“그렇긴 해도 급하
게 굴 것은 없지”하고는 이윽고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들어가
인사를 하려 했다.문지방을 들어서자마자 좌구(坐具)를 들고
“스님!”하니 스님이 불자를 잡으려는데,덕산스님은 별안간 악!
고함을 치고는 소맷자락을 날리며 그냥 나가 버렸다.
설두스님이 착어하였다.
“간파해 버렸군.”
그날 스님께서는 느지막하게 수좌(首座)에게 물으셨다.
“오늘 새로 찾아온 사람이 아직 있느냐?”
“ 그때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고 나가 버렸습니다.”
“ 이 사람은 뒷날 높은 산봉우리에 초암(草庵)을 짓고 앉아 부
처님과 조사스님들을 꾸짖고 호령하게 될 것이다.”
설두스님은 “설상가상이군”하였고,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은
“덕산스님은 남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놈 같고,위산스님도 도적
이 간 뒤에 활을 당겼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