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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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록/四家語錄 31
8.
석상(石霜)스님이 위산에 이르러 미두(米頭:典座 밑에서 쌀
을 관장하는 직책)소임을 맡게 되었다.하루는 키로 쌀을 까부
르고 있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물(施主物)을 흘려 버리지 말게.”
“ 흘려 버리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땅에서 쌀 한 톨을 주워 들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흘려 버리지 않는다고 말하고서 이건 뭔가?”
석상스님이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이 한 톨의 곡식을 가볍게 여기지 말게.모든 곡식알이 다
이 한 알에서 나온다네.”
“ 모든 곡식알이 이 한 알에서 나온다면,이 한 알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스님께서는 크게 껄껄 웃으시며 방장실로 돌아갔다.
9.
협산 선회(夾山善會:805~881)스님이 위산에 머무르면서 전
좌(典座)소임을 맡아보았다.스님께서 협산스님에게 물었다.
“오늘은 무슨 나물을 먹지?”
“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은 봄입니다.”
“ 공부 잘하는구나.”
“ 용이 봉황의 둥우리에서 잠을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