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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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위앙록
10.
앙산 혜적(仰山慧寂:803~887)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위산스님은 등롱(燈籠:법당 앞에 세워 둔 장엄구의
일종)을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다.
“등롱이 아주 좋구나.”
“ 그것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 그것이라니,무엇인가?”
“ 아주 좋은 등롱 말입니다.”
“ 과연 보지 못하는구나!”
11.
어느 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허다한 사람들이 대기(大機)만을 얻었을 뿐,대용(大用)을 얻
지는 못했다.”
앙산스님이 이 말을 산아래 암주(庵主)에게 이야기하고 이어
서 물었다.
“스님께서 이처럼 말씀하신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 그럼 위산스님이 하셨던 대로 나에게 말해 보십시오.”
앙산스님이 다시 말하려 하자 암주는 느닷없이 앙산스님을
걷어차서 쓰러뜨렸다.앙산스님이 되돌아와 스님에게 자초지종
을 말씀드리자 스님께서는 ‘껄껄’하고 크게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