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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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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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스님이 물었다.

               “싱싱하게 푸른 대가 모두 진여요,빽빽한 국화는 반야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 색(色)에는 두루하지 않다.”

               “ 어째서 색에는 두루하지 않다 하십니까?”
               “ 진여도 아니고 반야도 없다.”

               “ 드러나기는 합니까?”
               “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 어째서 세상에 드러나지 않습니까?”

               “ 세상이 아니다.”
               “ 세상이 아니란 뜻이 무엇입니까?”

               “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기에 모른다고
            대답하는가?그대로 하여금 알게 해주겠다.”
               “ 스님께선 어째서 가르쳐 주지 않으십니까?”

               “ 좀 보는 거야 어쩌겠느냐.”
               “ 어째서 알아들을 수 없습니까?”

               “ 그대는 어째서 남의 말에 막히는가?”
               “ 그렇다면 말이 없으리이다.”
               “ 말이 없지 않느니라.”

               “ 말이 없는데 어째서 아니라 하십니까?”
               “ 말없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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