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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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祖堂集 127
께서 불쑥 물었다.
“도계다 불계다 하는 것은 묻지 않겠으나 도계다 불계다 하
는 이는 어떤 사람인가?이 한마디만 하여라.”
상좌가 잠자코 말이 없으니 스님이 재촉했다.
“왜 얼른 말하지 못하는가?”
“ 다투면 얻지 못합니다.”
“ 하란 말도 못 하고서 어째서 다투면 얻을 수 없다 하는가?”
상좌가 대답을 못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다 도다 하는 것은 그저 이름뿐이다.경전을 인용해서
대답해 보겠는가?”
“ 경전에선 무어라 했습니까?”
“ 뜻을 얻고는 말은 잊으라 했다.”
“ 아직도 경전의 뜻을 마음에다 두어 병을 만드시는군요.”
“ 도계다 불계다 하는 자는 얼마나 병이 들었는가?”
상좌는 그 일로 목숨을 마쳤다.
33.
스님께서 설봉(雪峯)스님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는가?”
“ 홈대[槽]를 파고 옵니다.”
“ 도끼를 몇 번 찍어서 만들었는가?”
“ 한 방에 다 해냈습니다.”
“ 저쪽 일[那邊事]은 어찌 되었는가?”
“ 손을 쓸 곳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