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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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祖堂集 129
여 자주자주 눈과 귀를 밝힐 것이다.그러므로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고,나를 완성해 주는 이는 벗이라’하였다.선한 이를 가
까이하면 마치 안개 속을 다니는 것 같아서 비록 옷이 젖지는
않으나 차츰차츰 눅눅해지고 쑥이 삼[麻]이나 대[竹]속에 나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진다.흰 모래가 진흙과 함께
있으면 함께 검어지니,하루 스승이 되면 종신토록 하늘같이 존
중하고,하루 주인이 되면 종신토록 아버지같이 존귀하다.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사람은 배우지 않
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
36.
스님께서 병든 스님을 문병하며 “힘들겠구려”하니,병든 스
님이 말하였다.
“생사의 일이 큽니다.스님이시여.”
“ 어찌 차조밭으로 가지 않는가?”
“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는 훌쩍 떠났다.
37.
한 스님이 물었다.
“모든 것을 다 놓아버려도 오히려 나기 전과 같을 때가 어떠
합니까?”
“ 누군가는 그대 손이 빈 줄을 알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