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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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조동록
“그것은 아직 이쪽 일[這邊事]이다.저쪽 일은 어찌 되었는
가?”
설봉스님이 대답이 없거늘 소산(踈山)스님이 대신 말했다.
“낫과 도끼가 없는 경지에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34.
한 스님이 물었다.
“단칼에 들어가 스님의 머리를 끊으려 할 때엔 어찌합니까?”
“ 당당하여 표면도 끝도 없느니라.”
“ 지금은 약하고 열세임을 어찌합니까?”
“ 사방 이웃에 어딘들 없으랴.잠시 주막거리에 머물렀다 간
들 괴이할 일이 있겠느냐?”
35.
스님께서 또 학인들에게 분부하셨다.
“천지 사이 우주 안에 보배 하나가 산덩이 속에 숨겨졌는데,
신통하게 사물을 알아보나 안팎이 공적하여 어디에 있는지 찾기
란 매우 어렵다.깊고 깊으니 다만 자기에게서 구할 일이지 남
에게서 빌리지 말라.빌릴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모두가 남
의 마음이니,제 성품만 못하다.성품이 청정하면 이것이 법신이
다.
초목에서 나왔도다.
견해가 이와 같다면 머무를 때엔 반드시 벗을 가려서 때때로
듣지 못하던 것을 듣고,멀리 갈 때엔 반드시 좋은 벗에 의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