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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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을 많이 배워 널리 이익되게 하라.”
“ 불법을 많이 배우는 것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널리 이
익을 짓는 것입니까?”
“ 무엇 하나도 어기지 말라.”
4.
스님이 서울에 도착하여 흥평(興平:馬祖道一의 法을 이음)
스님에게 절하였더니 흥평스님이 말하였다.
“늙고 썩은 몸에 절하지 말라.”
“ 저는 늙거나 썩지 않은 것에다 절하였습니다.”
“ 늙고 썩지 않은 자는 절을 받지 않는다.”
“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스님이 되물었다.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 바로 그대 마음이지.”
“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의심이 듭니다.”
“ 그렇다면 목각인형에게나 물어보게.”
“ 저에게 한마디 말이 있는데,모든 부처님의 입을 빌리지 않
습니다.”
“ 어디 말해 보게.”
“ 제가 아닙니다.”
스님이 하직을 하자 흥평스님은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느냐?”
“ 흐름을 따라 정처 없이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