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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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33
님을 찾아가 문안을 드렸더니 스님이 말하였다.
“이 산에는 길이 없는데 그대들은 어디로 왔느냐?”
“ 길이 없다는 것은 우선 그만두고 스님께선 어디로부터 들어
오셨는지요?”
“ 나는 운수(雲水)따라 오지 않았다.”
“ 스님께서 이 산에 머무르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 세월은 신경 쓰지 않는다.”
“ 스님께서 먼저 계셨습니까,이 산이 먼저 있었습니까?”
“ 모르겠다.”
“ 어째서 모르십니까?”
“ 나는 인간․천상으로부터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 스님께선 어떤 도리를 얻으셨기에 이 산에 안주하십니까?”
“ 나는 진흙소 두 마리가 싸우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보
았는데 지금껏 소식이 없다.”
스님은 비로소 몸가짐을 가다듬고 절하였다.
7.
스님이 행각할 때 마침 한 관리가 말하였다.
“삼조(三祖:승찬)스님의 신심명(信心銘)에 제가 주석을 낼
까 합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러이 본 마음을 잃으리라’
고 신심명 에서 말하였는데 어찌 주를 내려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