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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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소매를 털고 바로 나와 버렸다.
백암스님은 다음날 아침 큰방에 들어가 두 스님을 부르더니
말하였다.
“어제 그대들을 상대한 문답이 서로 계합하지 못하여 하룻밤
내내 불안했다.지금 그대들에게 다시 한마디 청하네.만일 내
뜻과 맞는다면 바로 죽을 끓여 먹으며 도반이 되어 여름을 지내
겠네.”
“ 스님께서는 질문을 하십시오.”
“ 왜 출입을 하지 않는가?”
“ 너무 귀한 분이기 때문이지요.”
백암스님은 이에 죽을 끓여 먹으며 함께 여름 한철을 지냈
다.
천동 함걸(天童咸傑:1118~1186)스님은 말하였다.
“명암이 투합하고 팔면이 영롱하여 그 자리를 범하지 않고 몸
돌릴 길 있으니 조동(曹洞)문하에서는 구경거리가 되겠으나,가
령 임제스님의 아손이었더라면 방망이가 부러진다 해도 놓아주
지 않았으리라.당시에 그가 ‘성을 모른다’고 했을 때 등허리에
한 방을 날려 여기에서 부딪쳐 몸을 바꿔 깨쳤더라면 죽을 끓여
맞이했을 뿐 아니라 높은 스님을 모시는 밝은 창문 아래 모셨으
리라.알겠느냐,알겠어!”
“ 악!칠통(漆桶)아,승당에 가서 참구하거라.”
6.
스님이 밀사백과 함께 용산(龍山:馬祖道一의 法을 이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