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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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무엇을 먹으라고.”
설봉스님이 드디어 쌀 항아리를 엎어 버리자 스님이 말하였
다.
“그대의 인연을 보건대 덕산(德山)에 있어야만 하겠군.”
낭야 혜각(瑯王耶慧覺)스님은 말하였다.
“설봉스님의 이런 행동은 달콤한 복숭아나무를 던져 버리고
산을 찾아 신 오얏을 따는 격이다.”
천동 정각(天童正覺:1091~1157)스님은 말하였다.
“설봉스님은 걸음마다 높이 오를 줄만 알았고 짚신 뒤꿈치가
끊기는 줄은 몰랐다.만일 정(正)과 편(偏)이 제대로 구르고 박자
와 곡조가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자연히 말과 기상이 서로 합하
고 부자(父子)가 투합했으리라.말해 보라.동산스님이 설봉스님
을 긍정하지 않은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만 리에 구름 없으나 하늘에 티끌 있고
푸른 연못 거울 같으나 달이 오기 어렵네.”
설두 종(雪竇宗)스님은 말하였다.
“곧은 나무에 난봉(鸞鳳)이 깃들지 않는데
금침(金針)은 이미 원앙을 수놓았네.
만일 신풍(新豊)의 노인이 아니었다면
바로 빙소와해를 당했으리.”
스님이 하루는 설봉스님에게 물었다.
“무얼 하고 왔느냐?”
“ 물통[槽]을 찍어서 만들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