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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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41
“몇 개의 도끼로 찍어서 완성하였느냐?”
“ 하나로 찍어서 만들었습니다.”
“ 그래도 그것은 이쪽 일인걸.저쪽 일은 어떠한가?”
“ 그대로 손볼 곳이 없군요.”
“ 그래도 이쪽의 일인걸.저쪽 일은 어떠한가?”
설봉스님은 그만두었다.
분양 선소(汾陽善昭:947~1024)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저는 벌써 나가떨어졌습니다.”
설봉스님이 하직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느냐?”
“ 영중(嶺中)으로 돌아가렵니다.”
“ 올 때는 어느 길로 왔었지?”
“ 비원령(飛猿嶺)을 따라 왔습니다.”
“ 지금은 어느 길을 따라 되돌아가려는가?”
“ 비원령을 따라 가렵니다.”
“ 비원령을 따라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대도 아는가?”
“ 모르겠는데요.”
“ 어째서 모르는가?”
“ 그에게 면목이 없기 때문이지요.”
“ 그대가 모른다면 어떻게 면목이 없는 줄 아는가?”
설봉스님은 대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