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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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동록
다른 본(本)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면서 말하였다.
“발을 잘못 딛지 마십시오.”
“ 잘못 디디면 건너지 못할 걸세.”
“ 잘못 디디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데요?”
“ 이렇게 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는 것이지.”
스님이 하루는 신산스님과 함께 차밭에서 김을 매다가 괭이
를 던지면서 말하였다.
“저는 오늘 기력이 하나도 없습니다.”
“ 기력이 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 기력이 있어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였군요.”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가다가 홀연히 흰토끼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는데,신산스님이 말하였다.
“잘생겼군.”
“ 어떤데요?”
“ 서민이 재상에게 절이라도 하는 것 같군.”
“ 아이고,무슨 말씀을.”
“ 그렇다면 그대는 어떤가?”
“ 대대로 벼슬을 하다가 잠시 권세를 잃은 것 같습니다.”
신산스님이 바늘을 들고 있는데 스님이 말하였다.
“무얼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