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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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47
13.
소산(疏山)스님이 찾아왔는데 마침 조참(早參)때여서 나오더
니 스님께 물었다.
“언어 이전의 도리를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 아무것도 긍정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응낙하지 않는다.”
“ 그러면 공력을 들여야 옳습니까?”
“ 그대는 지금 공력을 들이고 있는가?”
“ 공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꺼릴 것이 없겠지요.”
하루는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일을 알고 싶은가?마른나무에서 꽃이 피듯 해야만 그것
에 계합하게 되리라.”
소산스님이 물었다.
“무엇에도 어긋나지 않는 경지라면 어떻습니까?”
“ 화상!이는 ‘공들여 닦는’쪽의 일이다.다행히도 ‘공부 없는
공부’가 있는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묻질 않느냐?”
“ 공부 없는 공부라면 저쪽 사람 일 아니겠습니까?”
“ 그대의 이런 질문을 비웃는 사람이 매우 많다.”
“ 그렇다면 더 아득히 멀어지겠습니다.”
“ 멀기도 하고[迢然]멀지 않기도 하며[非迢然]멀지 않음도
아니다[非不迢然].”
“ 어떤 것이 먼 것입니까?”
“ 저쪽 사람을 멀다고 하면 안 되지.”
“ 어떤 것이 멀지 않은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