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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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51
용아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 동구의 물이 역류하게 되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 주마.”
용아스님은 비로소 그 뜻을 깨달았다.
16.
화엄 휴정(華嚴休靜)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제게는 이치의 길[理路]이 없어 알음알이[情識]의 작동을 면
치 못합니다.”
“ 그대는 이치의 길을 보았느냐?”
“ 견(見)에는 이로(理路)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알음알이는 어디서 생겼느냐?”
“ 사실 제가 묻고 있는 말입니다.”
“ 그렇다면 만 리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가야 하리라.”
“ 만 리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에 학인이 가는 것을 인정하시
겠습니까?”
“ 그리 가기만 하면 되네.”
화엄스님이 땔감을 나르는데 스님께서 붙들어 세우고는 말씀
하셨다.
“비좁은 길에서 서로 만났을 땐 어떻겠는가?”
“ 엎치락뒤치락하겠지요.”
“ 그대는 내 말을 기억하라.남쪽에 머무르면 천 명이 되겠지
만 북쪽에 머무르면 300명에 그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