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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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조동록
17.
흠산(欽山)스님이 스님을 찾아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 대자(大慈)스님에게서 옵니다.”
“ 스님을 보았느냐?”
“ 보았습니다.”
“ 색(色)앞에서 보았느냐,색 뒤에서 보았느냐?”
“ 앞뒤가 아닌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묵묵히 계시자 흠산스님이 말하였다.
“저는 너무 일찍 스승을 떠나 스승의 뜻을 다 알지 못합니
다.”
흠산스님이 암두(巖頭)․설봉(雪峯)스님과 앉았을 때 스님께
서 차를 돌렸다.흠산스님이 이때 눈을 감자 스님은 말씀하셨다.
“어디 갔다 왔느냐?”
“ 선정에 들었다 왔습니다.”
“ 선정은 본래 문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갔느냐?”
노숙(老宿)은 대신 말하였다.
“이런 식으로 이해한 사람이 매우 많다.”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이 달리 말하였다.
“당시에 다만 암두스님 설봉스님을 지적하면서 ‘이 졸기나 하
는 놈들아,차나 마셔라’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