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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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
               취암(翠巖)스님이 여름 결제 끝 무렵에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여름 한 철을 스님네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지냈는데 이
            취암의 눈썹이 남아 있는 것을 보았는가?”
               이에 대해 보복(保福)스님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하였고,장경(長慶)스님은 “생(生)”하였는데,스님께서는 이 이야
            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관(關).”
               93.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셨다.
               “감히 그대들 가운데 물결을 거슬리는 파도가 있기를 바라진
            않겠다.그저 물결을 따라가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진 자도 만나

            보기 어렵구나.”
               이어서 스님은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양수(良遂)스님이 처음 마곡(麻谷)스님을 참례하였을 때 마곡스
            님은 그가 오는 것을 보더니 갑자기 풀을 매러 가 버렸다.양수스
            님이 풀 매는 곳까지 찾아갔더니 마곡스님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

            은 채 방장실로 되돌아가 문을 닫아 버렸다.양수스님은 연 사흘
            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사흘째 가서 문을 두드렸더니 마곡스님

            이 ‘누구냐?’하고 물었다.양수스님은 ‘스님은 저를 속이지 마십
            시오.스님께 찾아와 절하지 않았더라면 경론(經論)에 일생을 속아
            지낼 뻔하였습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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