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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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163


               “물결을 거슬리는 파도이더니 이제 물결을 따라주는 마음에 들
            었[得入]구나.그것은 또한 거슬리고 따라주는 양쪽을 다 놓아주는

            경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씀하셨다.
               “마곡스님이 ‘누구냐’고 물은 것과 양수스님이 ‘저를 속이지 마

            십시오’한 것은 마곡스님과 만난 순간 알고 타파한 경계는 아니
            다.또 ‘스님께 찾아와 절하지 않았더라면 일생을 경론에 속아 지

            낼 뻔하였습니다’한 것도 사람을 속인 곳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뒤 양수스님은 서울로 돌아갔다가 황제와 좌우가(左右街:승
            려의 관직)를 하직하였는데,대사와 대덕들이 재삼 머무르기를 권

            하여 차를 마시게 된 자리에서 말하기를,‘여러분이 아는 것은 이
            양수가 모조리 알지만 양수가 아는 경계를 여러분은 모른다’하였

            다.자,무엇이 양수만이 안다 한 것이냐?”
               94.

                심경(心經)에 “눈․귀․혀․몸․뜻이 없다”한 것을 들려주
            고는 말씀하셨다.
               “그대에겐 눈으로 보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제 무엇인가를 볼 땐 없다 말하지 못하리라.그렇긴
            하나 모든 것을 보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으며,또 아무것도 없는

            데 무슨 소리․향기․맛․감촉․법이 있겠느냐?”
               95.

               “ 고요하면서도 비추는[寂照]빛이 항하사 세계에 두루하다”한
            말을 들려주면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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