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P. 158

158


               “무엇이 도입니까?”
               “ 햇살이 눈에 넘치니 만리창천에 구름 한 조각 걸리지 않았구

            나.”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일구(一句)라 부를 수도 없고 법신이라 할 수도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 자신입니까?”
               “ 나는 진흙 속에도 들어가고 물속에도 들어간다.”
               “ 저라면 분골쇄신했겠습니다.”

               스님은 악!하고 고함을 치고는 말씀하셨다.
               “큰 바닷물이 그대의 머리 위에 있다.얼른 말해라,얼른 말해.”

               대꾸가 없자 스님은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제가 진실하지 못할까 염려하신다는 것을 알겠습니
            다.”

               80.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셨다.

               “하늘 땅 온 누리에 실낱만큼의 허물도 없다 해도 아직은 말만
            바꾼[轉句]* 셈이다.아무것[一色]도 보지 않아야만 비로소 반쯤
                     26)
            들춰냈다[半提]할 것이며,비록 이 정도라 해도 거기에 꼭 완전히
            들춰내는[全提]경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구:시(詩)형식에서 제3구를 말함.여기서는 ‘말’‘본래에서 한 차원 떨어
              진 말’의 의미이다.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