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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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167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데에는 두 가지 병통이 있으니,사방이
            어두워서 눈앞에 무엇인가가 있는 경우와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공

            하다고 꿰뚫었다 해도 가물가물 물상이 있는 듯한 경우이다.
               법신에도 두 가지 병통이 있다.하나는 법신에 도달했으나 법
            집(法執)을 놓지 못해서 나는 법신을 알았노라는 생각을 붙잡고 법

            신 쪽에 눌러앉는 것이다.또 하나는 설사 법신을 깨쳤다 해도 놓
            아버려서는 안 되니,자세히 점검해 보아 어떠한 기미라도 있기만

            하면 역시 병통이다.”
               105.

               한 스님이 국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본신(本身)인 노사나(盧舍那)입니까?”
               “ 노승에게 물병을 가져오너라.”

               그 스님이 물병을 가져오자 국사는 다시 제자리에 갖다 두라고
            하셨다.

               그 스님이 제자리에 두고 와서 물었다.
               “무엇이 본신인 노사나입니까?”
               “ 부처님 가신 지가 오래되었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씀하셨다.
               “흔적도 없구나.”

               106.
               한 스님이 관계(灌溪)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가 오래인데 와서 보니 삼[麻]씻는 연
            못만 보일 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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