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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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197
177.
설봉스님이 시중하셨다.
“세계의 넓이가 한 길[丈]이면 옛 거울의 넓이가 한 길이며,세
계의 넓이가 한 자[尺]면 옛 거울의 넓이가 한 자다.”
현사스님은 앞에 있는 화로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화로의 넓이는 얼마나 됩니까?”
“ 옛 거울만큼이나 되지.”
“ 이 늙은이는 발꿈치가 땅에 붙질 않고 있군.”
그 뒤 동당 시자가 이 이야기를 가지고 한 스님에게 물었다.
“옛 거울이 화로만큼 커졌느냐,화로가 옛 거울만큼 커졌느냐?”
서원(西院)스님은 말하였다.
“이처럼 질문한 사람은 이제껏 없었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쉰 밥에 차 달이는 진흙화로구나.”
178.
어떤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산하대지가 어디서 생겨났습니까?”
“ 망상에서 나왔다.”
“ 저에게 망상으로 금덩이 하나를 꺼내 줄 수 있겠습니까?”
운거스님은 거기서 그만두었는데 그 스님은 인정하지 않았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셨다.
“쓸데없는 말[葛藤]이어서 이미 맞지 않거늘 망상으로 금덩이
하나를 꺼내 줄 수 있겠느냐는 그의 말을 들어볼 것까지야 있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