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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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는 엉뚱하게 개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스님을 뵙고 싶거든 이 개에게 절하시오.”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그 뒤 취암스님이 돌아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말씀하셨다.
“무어라고 해야 그렇게 대꾸 못 한 것을 면할 수 있었겠느냐?”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신 말씀하셨다.
“스승을 알려거든 먼저 그 제자를 보십시오.”
176.
한 좌주가 화엄경을 강의하려 하면서 취암스님에게 재(齋)를 청
하자 취암스님이 말씀하셨다.
“산승이 질문 하나 하겠으니 좌주께서 대답한다면 재에 가겠소
이다.”
그리고는 문득 호떡을 집어들고 말씀하셨다.
“여기에도 법신이 있습니까?”
“ 법신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법신을 먹는군.”
그 좌주가 말이 없자 본원의 좌주가 대신 말씀하셨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요?”
취암스님은 긍정하지 않고 동당 시자[東使]는 “네네”하였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정중하게 법석[空筵]을 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