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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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갔다 오느냐?”
               “ 땔감을 나르고 옵니다.”
               “ 얼마나 날라야 일숙각(一宿覺)*이 되겠느냐?”
                                          1 0)
               “ 스무 번에 되겠습니다.”
               “ 너는 왜 앞니가 빠졌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갑자기 후려치면서 말씀하셨다.

               “말 배우는 부류로군.”
               대신 말씀하셨다.
               “과연 화상의 불법 신심(身心)을 알겠습니다.”

               다시 앞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땔감 나르는 것부터가 벌써 고생이었습니다.”
               46.

               한 스님에게 물었다.
               “무슨 경전을 보느냐?”
               그 스님은 대뜸 곁에 있던 한 스님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 물으시는데 어째서 공손히 대답하지 않는가?”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법당 앞 기둥이 무엇 때문에 거꾸러진 채 3천 리를 물러나느
            냐?”

               “ 어찌 다른 일에 간여하겠습니까.”
               스님은 “말 배우는 부류로군”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형편을 모를 뻔했습니다.”




            *일숙각(一宿覺):조계(曹溪)에서 하룻밤 자고 깨쳤다 하여 붙은 영가 현각(永
              嘉玄覺)스님의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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