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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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13
“그렇습니다.”
“ 무는 왜 뿌리가 나질 않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빗물이 많군요”하더니 다시 “사람을 기쁘
게 부릴 줄 모르는군”하였다.
52.
한 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하는 사람이냐?”
“ 지객(知客)입니다.”
“ 객이 찾아오면 무얼 가지고 대접하겠느냐?”
“ 집안의 형편을 따르겠습니다.”
“ 이것은 질그릇 주발과 대나무 젓가락이다.객이 찾아오면 무
엇을 가지고 대접하겠느냐?”
“ 스님의 자비에 감사합니다.”
“ 새우는 뛰어 봤자 말통[斗]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에게 묻거라.”
그 스님이 그대로 물었다.
“무엇을 가지고 대접하시렵니까?”
스님은 별안간 후려치고는 처음 질문했던 곳을 대신해서도 대
뜸 후려쳤다.그리고는 “밥 한 그릇에 차 두 사발이로다”하더니
다시 “하늘의 달에 혹해서 구경한다”하셨다.
5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로 출가하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