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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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여기서 깨쳤다.
2.
스님은 설봉장(雪峯莊)에 이르러 한 스님을 보고 물었다.
“상좌는 오늘 절에 올라갈 생각이오?”
“ 그렇습니다.”
“ 한 가지[一則因緣]만 부탁합시다.당두(堂頭:설봉스님)스님에게
묻되 다른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는 안 되오.”
“ 그렇게 하겠습니다.”
“ 상좌께서 절에 올라가면 당두스님이 상당하여 대중들이 모여
앉을 것이요.그때 불쑥 나서서 팔뚝을 걷어붙이고 ‘이 늙은이야,
어째서 목에 씌운 칼을 벗지 못하느냐’하시오.”
그 스님은 시킨 그대로 했다.다 듣고 난 설봉스님은 바로 법
좌에서 내려와 멱살을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얼른 말하라,얼른.”
대꾸가 없자 설봉스님은 멱살을 풀면서 말씀하셨다.
“네 말이 아니지.”
“ 제 말입니다.”
“ 시자야,오랏줄과 방망이를 가져오너라.”
그랬더니 그 스님이 말했다.
“이는 저의 말이 아니라 설봉장 위의 절(浙)스님 한 분이 저더
러 말하라 하였습니다.”
설봉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장(莊)에 가서 5백 명을 지도할 선지식을 모셔 오
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