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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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蹤)스님을 찾아갔다.
               도종스님은 도와 세속이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옛 절에 숨어살
            면서 혼자서 도를 닦았다.비록 세속 일을 버리고 고고하게 도를

            닦았으나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존경을 받게 되었다.납자들이
            찾아오면 엄격하고도 재빠른 솜씨[機辯]로 지도하여 절대로 머뭇
            거리며 생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스님이 처음 뵈러 갔을 때,세 번째 문을 두들기자 그제서야
            빗장을 열어 주었다.스님이 들어가려는 순간 도종스님이 밀어내
            면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구”하시니 스님은 여기

            서 그만 밝게 깨달았다.그리고 나서도 여러 해를 묻고 참례하여
            그윽하고 묘한 데에 깊이 들어갔다.도종스님은 스님의 마음이 빈
            틈없고도 확 트여 불법을 거뜬히 감당하리라는 것을 알고서 이렇
            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 아니다.이제 설봉 의존(雪峯義存)스님을
            찾아가서 지도를 받고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르지 말라.”
               스님은 그 말씀을 듣고 영중(嶺中)으로 들어가 설봉스님에게 갔

            다.여러 해 동안 열심히 정진한 끝에 의존스님과 계합하여 드디
            어는 비밀스럽게 인가받고 법을 부촉받았다.이로부터 다시 의존
            스님께 지도를 받게 되었다.스님은 참례를 끝내고 영중을 나와

            여러 총림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다른 방법들까지도 철저하게 공부
            하였는데 칼끝 같은 기봉과 논변은 깎아지를 듯이 뛰어나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영수원 지성(知聖)스님의 도량에 갔는데,지성선사는 전
            부터 스님이 오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북을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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