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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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91


            리고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가서 수좌(首座)를 맞이해 오도록
            하라”하였는데 그때 과연 스님이 도착하였다.그 전부터도 지성
            스님은 영수원에 수십 년을 살면서 큰방 맨 윗자리를 비워 두었

            다.대중들이 상좌를 임명해 달라고 여러 번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고 언젠가는 말하기를,“수좌 될 사람은 이제서야 막 제방을 돌
            아다니고 있다”하였는데 스님이 찾아오자 비로소 수좌로 임명하

            였다.
               지성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스님에게 법석을 잇게 하려고 은밀히
            글을 써서 함 속에 넣어 두고 문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내가 죽

            은 뒤에 혹 임금이 여기에 행차하시거든 이 유서를 보여드리도록
            하라”하였는데 과연 임금은 때마침 어가(御駕)를 몰아 산으로 떠
            났다.지성스님은 임금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큰방에 올라가
            가부좌를 튼 채 임종하였다.임금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죽었으

            므로 임금은 대사의 마지막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으니,문
            도가 함을 꺼내 와 바쳤다.열어 보니 “인간․천상의 안목은 큰방
            수좌이다”라고 쓰인 글이 나왔다.임금은 이에 자사(刺史)하희범

            (何希範)에게 칙명을 내려 예의를 갖추고 스님을 청하여 법회를 잇
            게 하였다.이 일로 임금은 스님을 훌륭하다고 여겨 흠모하였고
            여러 번 대궐로 불러 법을 물었는데,그때마다 메아리가 대답하듯

            응수하였다.임금은 마음속으로 더욱 감복하여 드디어는 붉은 가
            사와 법호를 내렸다.
               그 뒤 운문산으로 옮겨가 폐허가 된 절터를 수리하고 집채를

            크게 신축하였다.조사의 자리에 앉아 계셨던 24년 반 동안 도풍
            이 사방에 퍼지고 교화가 크게 떨쳐져 참선하는 납자들이 모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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