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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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27


               “바람이 불지 않으니 나무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대신 말씀하셨다.
               “나무는 꺾이고 배는 가라앉았습니다.”

               2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제일구(第一句)를 어떻게 말하겠느냐?
            말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마음을 쉬겠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

            다.
               “스님에게는 짚신과 주장자가 필요치 않습니까?”

               2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옛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을 알아보았겠
            느냐?”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궁성과 그 둘레의 못*은 임금 때문에 만들었습니다.”
                                   2)
               29.
               스님은 차잎을 따던 차에 말씀하셨다.

               “차잎 따느라고 애쓰는구나.질문 한마디 던져 보아라.”
               대꾸가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못 하겠거든 우선 ‘상대인(上大人)’*한마디 외워 보아라.그래
                                              3)
            도 모르겠거든 우선 옛사람의 법도를 따르도록 하라.”

               그리고는 대신 말하되,“노력을 낭비하지는 않겠습니다”하더
            니 앞의 말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공연히 헛수고만 하시는군요.”




            *외적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성 바깥에 설치한 연못.
            *상대인(上大人):공자의 덕과 교화를 읊은 노래로 중국에서는 아기 달래는
              자장가로 불렸고,불가에서는 기본적인 것,본래면목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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